구례 운조루의 나눔과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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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
구례 운조루의 나눔과 배려
  • 입력 : 2019. 07.09(화) 16:18
  • 문상준 기자

[헤럴드신문 = 문상준 기자] 이웃의 아픔을 보듬으려 했던 옛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구례 운조루에 얽힌 이야기와 함께 한다.

지리산 형제봉 아래 단아한 한옥들이 들어선 전형적인 시골마을인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한옥과 어우러진 돌담에 겨울햇살이 내려 앉는다. 스산한 계절을 온몸으로 견디고 있는 나무들에 쌓인 채 단아하게 자리한 고택이 있다.

영조 때 낙안군수 류이주 선생이 지은 ‘운조루이다. 운조루는 조선왕조 양반가옥의 모습을 잘 나타내주고 있는데 7년간의 대공사를 거쳐 완공될 만큼 그 규모가 매우 웅장하다. 운조루의 후미진 곳간 채에는 커다란 쌀뒤주가 있다. 어른 팔로 한 아름 되는 둘레에, 1미터가 넘는 높이의 쌀독은 일명 ‘타인능해’로 유명하다. 누구나 쌀 뒤주를 열 수 있다라는 의미로 주민들이 뒤주에 담긴 쌀을 퍼갈 수 있도록 했다.

운조루에서 마을 사람들에게 베푼 쌀은 한 해 수확량의 20%가 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쌀뒤주 뿐만 아니라 필요하면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대문의 문턱도 없앴다. 운조루에는 나지막한 굴뚝이 있다. 굴뚝이 채 1m가 되지 않는다. 낮은 굴뚝은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매캐했을 테지만, 배고픈 시절 가난한 이웃들에게 부엌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서럽게 여겨지지는 않을까 스스로 조심하고 배려했던 것이다.

가난한 이들을 배려하고 함께 나누려는 운조루 사람들의 마음에는 이웃의 아픔을 보듬으려는 따스함이 깃들어 있다. 대저택인 운조루가 근현대사의 수많은 혼한 속에서도 230년이 넘도록 그 원형을 지키며 보존돼온 이면에는 이같은 정신이 있었다.

종가를 지키며 느끼는 마음가짐
서민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나눔과 배려로 위로해 주고자 했던 운조루. 세월이 지나도 운조루의 마음은 한겨울 내리쬐는 양짓녘의 햇살만큼 따스하게 남아 있다.
문상준 기자 oksan062@naver.com